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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회사가 고객에게 지분 10%를 주고 자기 칩을 사게 했다 — AI '수요'의 일부는 한 바퀴 돌아온 공급자의 돈이다

엔비디아는 오픈AI에 투자하고, 오픈AI는 그 돈으로 오라클·코어위브의 클라우드를 빌리고, 그들은 다시 엔비디아·AMD 칩을 산다. 같은 달러가 한 바퀴 돌며 '수요'와 '매출'로 여러 번 계상된다. 1999년 통신장비 벤더파이낸싱이 어떻게 끝났는지, 그리고 창업자가 자기 밸류체인에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근거로 짚는다.

2025년 10월, AMD는 오픈AI에게 자사 주식을 최대 1억 6천만 주, 한 주에 1센트씩 살 수 있는 워런트를 줬다. 전부 행사하면 지분 약 10%다. 조건은 하나였다 — 오픈AI가 AMD의 GPU를 6기가와트어치 사들이는 것. 정리하면 이렇다. 칩을 파는 회사가, 그 칩을 살 고객에게 회사의 10분의 1을 거의 공짜로 넘겼다. 자기 물건을 사달라고.

이건 실수도, 유출된 이면계약도 아니다. AMD가 SEC에 제출한 정식 공시에 그대로 적혀 있다. 그리고 이 워런트는 지금 AI 인프라 전체를 관통하는 한 가지 구조의, 가장 노골적인 단면일 뿐이다.

같은 돈이 여러 번 계산된다

한 바퀴를 따라가 보자. 엔비디아는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오픈AI는 그 자본과 별도 계약으로 오라클·코어위브·마이크로소프트에서 컴퓨트를 빌린다. 오라클은 300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를 대기로 했다. 그리고 그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그 돈으로 다시 엔비디아와 AMD의 칩을 산다. 엔비디아는 그걸 매출로 잡고, 그 매출 성장이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고, 그 밸류에이션이 다음 투자의 연료가 된다.

같은 달러가 한 바퀴 도는 동안 엔비디아의 ‘투자’, 오픈AI의 ‘지출 능력’, 오라클의 ‘매출’, 엔비디아의 '매출’로 최소 네 번 계상된다. 보도에 따르면 오픈AI가 약속한 인프라 확약은 2025년부터 2035년까지 약 7개 벤더에 걸쳐 1조 달러를 넘고(브로드컴 3500억, 오라클 3000억, 마이크로소프트 2500억, 엔비디아 1000억, AMD 900억 달러 등), 분석가들은 8000억 달러가 넘는 물량이 이런 순환 구조에 묶여 있다고 본다.

이게 왜 '착시’인가

문제는 회계가 아니다. 이 계약들은 형식상 합법이고 기준도 지킨다. 문제는 경제적 실질이다. 공급자가 고객의 구매력을 자기 자본으로 만들어 주면, 그 고객이 일으키는 '수요’는 시장이 검증한 수요가 아니다. 매출로 잡히지만 원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파는 쪽 자신의 돈이다. 회계학은 이걸 라운드트리핑(round-tripping)이라 부른다 — 돈이 한 바퀴 돌아 매출로 되돌아오는 것.

수요가 통째로 가짜라는 말은 아니다. 오픈AI 제품에는 진짜 사용자가 수억 명 있다. 요점은 비율이다. 확약된 용량 중 얼마가 최종 사용자의 지불로 채워지고, 얼마가 순환 자본으로 채워지는가. 보도된 추정으로 오픈AI는 2026년에만 약 140억 달러를 잃는다 — 2025년 적자의 세 배에 가깝다. 2026년 2월 2일, 오라클은 "오픈AI가 자금을 조달하고 약속을 지킬 능력을 여전히 확신한다"는 성명을 냈다. 한 벤처투자자는 이걸 "말 그대로 뱅크런 때 나오는 말"이라 불렀고, 그날 오라클 주가는 약 2.8% 빠졌다. 확신을 굳이 공표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1999년에 이미 나온 영화다

이 구조에는 전례가 있다. 닷컴 시절 통신장비 회사들이 똑같이 했다. 루슨트는 약 81억 달러, 노텔은 31억 달러, 시스코는 24억 달러를 고객에게 빌려줬다. 2000년 말 기준 9개 공급사의 벤더파이낸싱 익스포저는 약 256억 달러에 달했다. 매출이 거의 없는 신생 통신사들에게 장비 살 돈을 대주고, 그 돈으로 자기 장비를 사게 한 것이다.

회계 처리도 지금과 닮았다. 벤더는 장비를 실어 보내는 순간 매출을 인식하고, 대출 위험은 대차대조표에 채권으로 남겨 뒀다. 고객이 돈을 못 갚자 그 채권이 손익계산서로 되돌아왔다. SEC는 루슨트가 약 11억 5천만 달러의 매출을 부풀렸다고 제소했다. 노텔은 2001년 161억 달러, 2002년 70억 달러를 잃었다. 루슨트 매출은 1999년 약 379억 달러에서 2002년 118억 달러로 69% 무너졌고,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달라진 건 형식이다. 그때는 대출, 지금은 지분·선구매·상호투자다. 하지만 핵심 메커니즘 — 공급자가 고객의 지불 능력을 대주고, 그 대가로 자기 매출을 앞당겨 인식한다 — 은 그대로다.

창업자가 자기 밸류체인에서 읽어야 할 것

이건 "곧 터진다"는 예언이 아니다. 루프는 도는 동안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고, 언제 멈출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무자에게 중요한 건 타이밍 예측이 아니라 자기 위치의 해석이다.

첫째, 유기적 수요와 조달된 수요를 구분하라. 당신 매출이든 공급사의 성장이든, 파는 쪽이 사는 쪽에 돈을 대고 있다면 그 수요곡선은 실재가 아니라 보조금이다. 보조금은 언젠가 회수된다.

둘째, 당신은 이 루프의 어디에 앉아 있나. 지금의 싼 추론 원가가 순환 자본의 보조를 받고 있다면, 당신의 유닛 이코노믹스는 남의 대차대조표를 빌려 쓰는 중이다. 자본이 식으면 API 단가가 오르고, 얇은 마진을 쥔 앱 레이어가 가장 먼저 맞는다.

셋째, 이 함정은 작은 규모에서도 똑같다. 투자자가 당신 고객이 되어 제품을 사주는 것, 크레딧, 상호 구매, 로고를 얻으려는 거래 — 매출로는 잡히지만 시장 검증은 아니다. 자기 투자자가 사준 매출을 PMF로 착각하지 마라.

넷째, 지표는 간격이다. 확약된 용량과 실제로 돈을 내는 최종 사용량 사이의 거리를 봐라. 매출 성장이 자본 확약과 나란히 움직이면 조달된 수요고, 최종 채택과 나란히 움직이면 진짜다.

엔비디아의 매출은 진짜다. 오라클의 계약도 진짜다. 다만 그 진짜들이 같은 돈일 수 있다는 것 — 창업자가 읽어야 할 건 헤드라인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가 몇 번째 바퀴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