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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라던 그 회사는 사실 700명이 손으로 코딩하고 있었다

한때 1조 원 가치였던 Builder.ai는 'Natasha'라는 AI로 앱을 짜 준다고 했다. 뒤에선 700명이 손으로 코딩하고 있었다. 6천억 원을 태우고 파산한 이 회사의 진짜 교훈은 회계 부정이 아니라, 레버리지 없는 구조가 어떻게 조작을 강제하는가다.

2025년 5월, 한때 기업가치 1조 원을 넘겼던 영국 스타트업 Builder.ai가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카타르투자청(QIA)이 돈을 댔고, 총 4억 5천만 달러(6천억 원대)를 모은 회사였다. 간판은 "Natasha"라는 AI였다. 앱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면 자연어로 알아듣고 코드를 짜 준다고 했다. 데모는 훌륭했다. 문제는 Natasha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뒤에서 코드를 짠 건 약 700명의 인도 엔지니어였다.

데모는 자동화를 연기했고, 뒤에선 사람이 짰다

이건 단순한 과장 광고가 아니다. 사업의 구조 자체가 거짓말 위에 서 있었다. "AI가 앱을 만든다"는 약속의 경제학은 명확하다. 고객이 열 배 늘어도 코드를 짜는 한계비용은 거의 0에 수렴해야 한다. 그게 소프트웨어의, 그리고 진짜 AI의 레버리지다.

Builder.ai에는 그 레버리지가 없었다. 고객이 한 명 늘면 사람이 그만큼 더 붙어야 했다. 겉은 AI 회사였지만 속은 인력 아웃소싱 업체였다. 마진 구조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용역이었다는 뜻이다. 데모에서 보이던 자동화는 무대 위 연기였고, 무대 뒤에서는 사람이 밤새 손으로 코드를 쳤다.

레버리지가 없으면, 성장은 조작으로만 만들어진다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투자자에게 약속한 건 소프트웨어의 성장 곡선인데, 실제로 굴러가는 건 사람 수에 비례하는 용역 매출이었다. 그 간극을 메울 방법은 하나뿐이다 — 숫자를 지어내는 것.

보도에 따르면 Builder.ai는 2024년 매출을 2억 2천만 달러로 보고했지만 실제는 5천5백만 달러 안팎이었고, 인도의 VerSe Innovation과 서로 청구서를 주고받는 '라운드트리핑’으로 약 6천만 달러의 가짜 거래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뉴욕 검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붕괴의 방아쇠는 오히려 사소했다. 대출을 해준 채권자가 계좌에서 3천7백만 달러를 회수하자, 회사는 당장 급여도 못 줬다.

주목할 점은 순서다. 회계 부정이 먼저가 아니다. 레버리지 없는 사업 구조가 먼저였고, 조작은 그 구조를 감추기 위한 하류의 증상이었다. 진짜로 자동화가 됐다면 매출은 저절로 붙었을 것이고, 숫자를 꾸밀 이유도 없었다.

창업자가 가져갈 세 가지

첫째, "AI인 척"과 "AI"의 차이는 마케팅이 아니라 단위경제에서 드러난다. 고객이 늘 때 한계비용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AI가 아니라 사람을 숨긴 것이다. 자기 사업에 이 질문을 던져 보면 된다 — 다음 고객 한 명을 받는 데 사람이 얼마나 더 필요한가.

둘째, 데모는 제품이 아니다. Natasha의 데모는 완벽했다. 완벽한 데모와 무너지는 회사 사이의 거리가, 바로 이 바닥의 진짜 난이도다.

셋째, 해자는 자동화의 깊이지 마케팅의 크기가 아니다. 6천억 원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로고도 구조적 공백은 못 메운다. 1인 유니콘을 꿈꾼다면 더 그렇다. 혼자서 큰 사업을 굴리는 유일한 길은 진짜 레버리지뿐이고, 그건 끝내 연기할 수 없다. 무대 뒤에 700명을 숨길 수는 있어도, 그 700명이 곧 청구서가 되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