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창업자가 같은 문장으로 자신을 안심시킨다. “우리는 남이 못 가진 데이터가 있으니 따라잡히지 않는다.” 투자 심사에서도 이 한 줄이면 방어력 항목이 채워진 듯 넘어간다. 그런데 이 믿음은 대부분 검증된 적이 없다. 데이터가 많다는 사실과 그 데이터가 해자라는 주장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정적 코퍼스의 가치는 생각보다 빨리 꺾인다
2019년 a16z의 마틴 카사도와 피터 라우턴은 「The Empty Promise of Data Moats」에서 이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람들이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라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실은 단순한 '데이터 규모 효과’이고, 그 규모 효과마저 창업자들이 믿는 것보다 훨씬 약하다는 것이다.
두 곡선이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새 데이터 한 건이 주는 성능 향상은 줄어드는데, 아직 못 가진 희귀한 케이스를 확보하는 비용은 오히려 올라간다. 그들이 든 고객지원 챗봇 예시에서, 쿼리 커버리지가 40%쯤을 넘어서면 그 뒤부터는 데이터를 더 모으는 게 손해에 가까워진다. 흔한 질문은 이미 다 배웠고, 남은 건 비싸고 드문 꼬리뿐이다.
당신의 코퍼스는 이미 상품과 겹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두 번째 힘이 겹친다. 모델 능력 자체가 빠르게 상품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추론 단가는 2022년 말 이후 2년 만에 수백 배(널리 인용되는 수치로는 280배 이상) 단위로 무너졌고, 오픈웨이트 모델은 몇 달 간격으로 프론티어를 따라잡는다. 프론티어 모델이 이미 웹 대부분을 삼킨 세계에서, 당신이 애써 긁어모은 정적 데이터의 상당 부분은 곧 ‘기본으로 제공되는’ 능력과 겹친다.
'그래도 많으면 좋지 않냐’는 반박도 흔들린다. 2024년 Nature에 실린 연구는 모델을 자기 출력물, 곧 합성 데이터로 재귀 학습시키면 성능과 다양성이 무너지고 드물게 나타나는 사건이 분포에서 영구히 사라진다는 걸 보였다. 데이터는 양이 아니라 신선함과 꼬리의 다양성에서 값어치가 난다. 목적 없이 쌓아 올린 코퍼스는 그 조건을 대개 만족하지 못한다.
진짜 해자는 쌓인 데이터가 아니라 도는 데이터다
그렇다면 데이터가 방어선이 되는 경우는 언제인가. 정적으로 쌓인 코퍼스가 아니라, 제품이 돌아가며 스스로 만들어내는 데이터일 때다. 사용자가 결과를 고치고, 승인하고, 반려하고, 다시 요청하는 그 흔적 — 남이 재현할 수 없고, 제품을 쓰지 않으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데이터. 이게 데이터 플라이휠이다. 사용이 데이터를 낳고, 데이터가 제품을 개선하고, 개선이 사용을 늘린다.
이 루프가 방어선이 되려면 세 가지가 맞물려야 한다. 제품이 그 업무의 공식 기록(system of record)이 되어 데이터가 반드시 당신을 거쳐 흐를 것, 그 흐름 속에서 결과에 라벨이 저절로 붙을 것, 그리고 그 데이터를 계속 보유할 계약상 권리를 쥘 것. 셋이 함께라면 12~24개월의 복리 뒤에 격차는 남이 건너기 어려워진다. 모델 공급자가 복사할 수 없는 것은 웨이트가 아니라 바로 이 루프다.
1인 유니콘이 데이터를 다루는 법
혼자서 큰 사업을 굴리려는 사람에게 이 구분은 전략을 통째로 바꾼다. 대기업과 정적 데이터 축적 경쟁을 벌이면 진다. 그건 자본과 인력이 이기는 게임이다. 대신 제품의 루프 자체를 데이터 생산 라인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온톨로지가 다시 등장한다. 피드백 데이터가 자산이 되려면 '무엇이 무엇에 대한 수정인지’가 의미로 고정돼 있어야 한다. 타입 없이 로그로만 쌓인 흔적은 다음 달의 나조차 다시 쓰기 어렵다. 결과에 의미가 붙어 되돌아오는 구조, 곧 도는 데이터에 타입을 입히는 일이 1인 유니콘의 진짜 데이터 해자다.
그러니 '우리에게 데이터가 있는가’는 틀린 질문이다. '그 데이터가 지금 이 순간에도 돌면서 스스로 라벨을 만들고 있는가’가 옳은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