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을 못 한다는 조롱을 몇 년간 듣던 OpenAI가 2025년 8월, gpt-oss라는 이름으로 모델 가중치를 공개했다. Apache 2.0 라이선스, 상업적 사용 허용. GPT-2 이후 처음으로 다시 ‘열린’ 것이다. Meta는 이미 Llama를 여러 세대째 뿌렸고, DeepSeek은 R1을 MIT 라이선스로 던졌으며, 알리바바 Qwen도 아파치 라이선스로 풀려 있다. 수억 달러를 태워 만든 물건을 왜 공짜로 내놓을까. 관대함으로 읽으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건 20년 된 전략의 교과서적 실행이다.
보완재가 싸지면, 내 물건이 팔린다
2002년 조엘 스폴스키가 정리한 원칙이 있다. “당신의 보완재를 상품화하라(commoditize your complement).” 내 제품의 수요는, 함께 쓰이는 물건(보완재)의 값이 내려갈 때 늘어난다. 자동차가 싸지면 휘발유가 더 팔리고, 항공권이 싸지면 호텔이 더 팔린다. 그러니 내가 파는 게 A라면, A와 짝을 이루는 B의 가격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게 이득이다.
이 렌즈로 보면 그림이 선명해진다. Meta에게 모델은 상품이 아니라 보완재다. Meta가 돈을 버는 곳은 광고와 소셜이고, 그 위에서 도는 AI 기능의 원가가 낮을수록 이득이다. 그러니 최상급에 근접한 모델을 공짜로 풀어 '모델’이라는 층 전체를 상품화한다. 그 순간 타격을 입는 건 모델 자체를 팔아 마진을 남기던 쪽 — API로 토큰을 파는 OpenAI·Anthropic, 그리고 폐쇄 모델 접근권을 얹어 팔던 클라우드다. 오픈웨이트는 자선이 아니라, 남이 마진을 남기던 층을 통째로 평평하게 밀어버리는 무기다.
각자 다른 것을 노리고 던진다
던지는 이유는 회사마다 다르다. Meta는 개발자 생태계와 사실상의 표준을 장악하려 한다 — 모두가 내 아키텍처 위에서 만들면 인재도 도구도 내 쪽으로 쏠린다. DeepSeek은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만들었다는 서사와 함께 최상급 모델의 '가격’이라는 관념 자체를 흔들어, 폐쇄 진영의 프리미엄을 깎아내렸다. 알리바바에게 Qwen은 자사 클라우드 수요를 끌어오는 미끼다. OpenAI의 gpt-oss는, 로컬·온프렘을 원하는 개발자들이 오픈 진영으로 빠져나가던 흐름을 자기 생태계로 되돌리려는 방어에 가깝다.
공통점은 하나다. 아무도 모델 그 자체로 돈을 벌 생각이 아니다. 2023년 구글 내부에서 유출된 "우리에겐 해자가 없다(We have no moat)"는 메모가 일찌감치 인정한 그대로다 — 오픈 진영의 추격 속도 앞에서, 모델 성능은 지킬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킬 수 없는 걸 붙들고 마진을 지키느니, 차라리 공짜로 풀어 경쟁자의 마진을 같이 무너뜨리는 편이 낫다.
'오픈’이라는 단어의 함정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게 있다. 오픈웨이트는 오픈소스가 아니다. 공개된 건 완성된 가중치뿐, 학습 데이터도 학습 과정도 대부분 비공개다. 즉 받은 사람이 그 모델을 처음부터 재현할 수는 없다. 통제권은 여전히 발행사에 있다.
라이선스도 '오픈’이라는 인상만큼 열려 있지 않다. Llama는 진짜 카피레프트가 아니라 조건부 라이선스로, 월간 사용자 7억 명을 넘는 사업자는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 자신을 위협할 만한 초대형 경쟁사만 콕 집어 막아 둔 것이다. 반면 DeepSeek·gpt-oss·Qwen이 택한 MIT·아파치는 훨씬 관대하다. 어느 쪽이든 핵심은, '무료’와 '자유’가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던질 것과 쥘 것을 정확히 계산해서 던진다.
그래서 당신에게 남는 것
혼자 제품을 만드는 사람에게 이 흐름은 분명한 선물이다. 최상급에 근접한 모델을 원가 수준에 쓰고, 온프렘에 올려 데이터 주권을 지키고,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을 수 있다. 원가와 자유를 동시에 얻는다.
단, 그것이 해자를 주지는 않는다. 당신이 받은 그 가중치를, 경쟁자도 똑같이 공짜로 받는다. 모델은 이제 상품이다. 상품은 발밑을 평평하게 만들 뿐, 누구도 남보다 높은 곳에 올려주지 않는다. 공짜 모델 위에서 지킬 수 있는 자산은 여전히 그 위에 쌓는 것들 — 남이 못 가진 데이터, 손에 익은 워크플로, 의미를 고정한 온톨로지, 그리고 분배다. 거대 랩들이 모델을 공짜로 던지는 이유를 뒤집으면, 당신이 어디에 힘을 쏟아야 하는지도 같이 드러난다. 모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