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lection AI는 2023년 여름 13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밸류는 4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리드 호프먼이 뒤에 있었고 창업자는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무스타파 술레이만이었다. 파운데이션 모델을 직접 만드는 몇 안 되는 회사 중 하나였다.
아홉 달 뒤 이 회사는 사실상 사라졌다. 인수된 게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Inflection을 사지 않았다. 대신 술레이만과 공동창업자, 그리고 70명 직원의 대부분을 채용했고, 회사 모델을 6억 5천만 달러에 '비독점 라이선스’로 빌렸다. Inflection이라는 법인은 껍데기로 남았고, 투자자는 그 라이선스 대금으로 원금에 웃돈을 얹어 돌려받았다. 술레이만은 마이크로소프트 AI의 CEO가 되어 코파일럿을 맡았다.
같은 각본이 네 번 반복됐다
이건 사고가 아니라 하나의 양식이 됐다.
- 어뎁트 → 아마존 (2024년 6월). 아마존은 어뎁트의 공동창업자 겸 CEO 데이비드 루안과 핵심 인력을 자사 AGI 조직으로 데려갔고, 기술·멀티모달 모델·일부 데이터셋을 라이선스했다. 회사는 남았고 투자자는 현금을 회수했다.
- 캐릭터AI → 구글 (2024년 8월). 구글은 27억 달러에 캐릭터AI 기술을 비독점 라이선스하고, 공동창업자 노엄 셰이저와 대니얼 드 프레이타스를 데려갔다. 셰이저는 트랜스포머 원논문의 저자 중 하나다. 보도에 따르면 이 딜의 핵심은 그를 다시 데려오는 것이었다.
- 윈드서프 → 구글, 그리고 코그니션 (2025년 7월). 구글은 24억 달러에 윈드서프 기술을 비독점 라이선스하고 CEO 바룬 모한 등 40여 명을 채용했다. 대금의 절반가량이 이들의 보상 패키지였다. 남은 제품·브랜드·인력은 며칠 뒤 코그니션이 인수했다. 그 직전까지 오픈AI가 30억 달러에 이 회사를 통째로 사려던 협상이 있었다.
네 건 모두 '인수’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구조를 뜯어보면 세 조각이다
리버스 애크와이어의 조립 방식은 매번 같다.
- 인재 채용. 창업자와 핵심 연구자를 개별 고용 계약으로 데려간다. 회사를 사는 게 아니라 사람을 뽑는 것이다.
- 비독점 라이선스. 기술을 '비독점’으로 빌린다. 독점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원 회사는 서류상 여전히 그 기술을 팔 수 있는 형태로 남는다.
- 투자자 현금 반환. 라이선스 대금이 투자자에게 흘러가 원금 회수를 대신한다. 지분은 그대로 둔 채로.
이 세 조각이 겨냥하는 건 하나다. 미국의 기업결합 사전신고 의무(HSR)를 건드리지 않는 것. 정식으로 자산이나 지분을 사면 FTC와 법무부의 심사 테이블에 올라간다. 사람을 뽑고 기술을 빌리는 건 그 테이블을 우회한다.
규제당국도 눈치챘다, 그러나 늦었다
이 구조는 오래 조용하지 않았다. 영국 CMA는 마이크로소프트-Inflection 건을 정식 조사했고, FTC는 아마존-어뎁트를 들여다봤다. 법무부는 구글-캐릭터AI가 규제 감독을 우회하도록 설계됐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론 와이든 상원의원은 이 딜들을 "반독점 심사를 피하려는 애크와이어"의 사례로 FTC와 DOJ에 지목했다.
그런데 대부분은 무혐의로 흘러갔다. 구조 자체가 현행 신고 기준의 빈틈에 정확히 들어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규제는 회사를 사고파는 걸 감시하도록 설계됐지, 사람이 걸어 나가는 걸 막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창업자에게 남는 진짜 교훈
여기서 멈추면 반독점 뉴스에 불과하다. 창업자에게 의미는 다른 데 있다.
이 회사들은 망한 게 아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을 직접 만들던 업계 최상위 팀이었다. 그런데도 회사는 껍데기로 남고 사람만 빠져나갔다. 이유는 하나다 — 가치가 회사가 아니라 사람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인재가 걸어 나가는 순간, 뒤에 남는 법인에는 방어할 무언가가 없었다.
이 블로그에서 반복해 온 이야기와 정확히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모델을 만드는 능력은 해자가 아니다. 코드도, 심지어 최고 수준의 연구팀조차도, 그 자체로는 회사에 붙박이지 않는다. 걸어 나갈 수 있는 것은 해자가 아니다. 남는 것은 분배, 데이터가 스스로 도는 루프, 시스템에 박힌 구조 — 사람이 나가도 계속 돌아가는 것들뿐이다.
투자자의 셈도 달라졌다. AI 스타트업의 출구가 IPO나 전통적 M&A가 아니라, 창업자를 빅테크에 넘기고 라이선스 현금으로 원금을 건지는 '해체형 청산’으로 수렴하고 있다. 벤처가 노리던 100배가 아니라 1.1배에서 1.5배. 유망하다던 회사의 최선의 결말이 그 정도라면, 무엇이 애초에 진짜 자산이었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