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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20% 빨라진 줄 알았는데, 측정해보니 19% 느렸다 — 코드 '작성'은 원래 병목이 아니었다

숙련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METR의 무작위 대조 실험은, AI 도구를 썼을 때 오히려 19% 느려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본인들은 20% 빨라졌다고 느꼈다. 작성이 공짜에 가까워질수록 비용은 리뷰·검증·유지보수로 통째로 옮겨간다. 혼자 회사를 굴리는 사람에게 이 재배치가 왜 특히 치명적인가.

"AI 덕분에 개발 속도가 몇 배 빨라졌다"는 문장은 이제 창업자들의 기본 전제처럼 쓰인다. 그런데 이 전제를 실제로 측정한 사람들이 있고, 결과는 정반대였다. 문제는 속도가 빨라지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빨라졌다고 느꼈다는 데 있다.

느낌과 측정의 39%포인트 간극

2025년 7월 METR은 숙련 오픈소스 개발자 16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실험을 돌렸다(arXiv:2507.09089). 이들은 자기가 평균 5년간 손대 온 성숙한 저장소에서 실제 작업 246건을 처리했고, 각 작업은 무작위로 'AI 도구 허용/금지’로 나뉘었다. 허용된 쪽에서 이들은 주로 Cursor Pro와 Claude 3.5/3.7 Sonnet을 썼다. 2025년 초 기준으로는 결코 낡은 도구가 아니었다.

결과는 이랬다. 실험 전 개발자들은 AI가 작업 시간을 24% 줄여줄 거라 예상했다. 실험 후에는 실제로 20% 줄였다고 느꼈다. 그러나 스톱워치가 기록한 값은 정확히 반대 방향, 19% 증가였다. 예측과 실측 사이에 40%포인트에 가까운 골이 파여 있었다. 사람은 자기 생산성을 이 정도로 크게, 그것도 틀린 방향으로 오독한다.

METR 자신도 이 결과를 절대적 진리로 팔지 않았다. 이후 공지에서 "이건 2025년 초 도구·워크플로의 스냅숏이며 현재를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못박았다. 맞는 신중함이다. 그러나 방향이 아니라 간극이 핵심이다. 도구가 반년 만에 두 배 좋아졌다 쳐도, 내가 내 속도를 40%포인트씩 틀리게 지각한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는다.

왜 느려지나 — 작성은 빨라지고 검토가 늘어난다

이유는 신비롭지 않다. AI는 코드를 뱉는 속도를 확실히 올린다. 대신 그 출력을 읽고, 맥락에 맞는지 확인하고, 미묘하게 틀린 부분을 고쳐 넣는 시간이 그만큼, 때로는 그 이상으로 붙는다. 초안 생성이 30초로 줄어도, 그게 5년치 관례가 쌓인 코드베이스에 정말 맞는지 검증하는 데 20분이 든다면 총 시간은 늘어난다. 화면에는 코드가 순식간에 차오르니 빨라 보이지만, 실제로 소모되는 건 가장 비싼 자원 — 사람의 주의력이다.

코드베이스에 남는 흔적: 복붙 부채

이 재배치는 개인의 체감으로 끝나지 않는다. 코드베이스에 측정 가능한 자국을 남긴다. GitClear가 2억 1,100만 줄의 코드 변경을 분석한 2025년 보고서는 몇 가지 신호를 동시에 짚었다. 중복 코드 블록의 빈도가 2024년에 여덟 배로 뛰었다. 변경된 줄 중 리팩터링에 해당하는 비율은 2021년 25%에서 2024년 10% 아래로 주저앉았고, 같은 기간 복사·붙여넣기로 분류된 줄은 8.3%에서 12.3%로 올랐다. 기록상 처음으로, 커밋 안에서 복붙이 ‘옮겨 쓴’(리팩터링된) 코드를 앞질렀다. 커밋 후 2주 안에 다시 손대야 했던 코드의 비율도 2020년 3.1%에서 2024년 5.7%로 늘었다.

이 지표들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 기존 코드를 이해하고 재사용하는 대신, 비슷한 걸 새로 찍어내 붙이는 쪽으로 관성이 옮겨갔다는 것이다. 당장은 빠르다. 그러나 중복은 이자를 문다. 한 번 고칠 걸 다섯 군데서 고쳐야 하는 코드베이스는, 오늘의 속도를 내일의 유지보수로 빌려 쓴 것이다.

병목은 처음부터 '작성’이 아니었다

여기서 진짜 교훈이 나온다. 소프트웨어의 총비용에서 최초 작성이 차지하는 몫은 원래 작았다. 비용의 대부분은 읽고, 이해하고, 검증하고, 고치고, 유지하는 그 이후의 긴 꼬리에 있다. AI는 이 방정식에서 이미 가장 싸던 항목 — 타이핑 — 을 더 싸게 만들었을 뿐이다. 한계비용이 0에 가까워진 항목은 병목이 아니게 되고, 병목은 남은 비싼 쪽, 즉 검증과 유지보수로 자동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쪽 비용은 사람의 주의력에 묶여 있어 쉽게 스케일되지 않는다.

1인 유니콘에게 특히 치명적인 이유

혼자 큰 사업을 굴리려는 사람에게 이 재배치는 남 얘기가 아니다. 리뷰어가 당신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조직이라면 코드 리뷰, QA, 온콜이 병목을 나눠 진다. 1인 체제에서는 생성된 모든 줄의 검증 부담이 한 사람에게 응축된다. AI가 만들어낸 속도가 곧바로 부채로 뒤집히기 가장 쉬운 구조가 바로 여기다.

그래서 1인 유니콘의 레버리지는 '얼마나 빨리 뱉느냐’가 아니라 '뱉은 걸 얼마나 싸게 검증하느냐’에서 갈린다. 작은 단위로 자르고, 회귀 테스트로 행동을 고정하고, 무엇이 무엇인지 타입으로 의미를 박아두는 일 — 겉보기엔 속도를 늦추는 이 장치들이, 실은 병목이 옮겨간 바로 그 자리에 놓는 지렛대다. 검증을 자동화하지 못한 채 생성만 자동화하면, 남는 건 혼자서는 다 읽지 못할 코드 더미다.

AI는 코드 작성의 비용을 내렸다. 소프트웨어의 비용을 내린 게 아니다. 이 둘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순간, 스톱워치는 당신이 20% 빨라졌다고 느끼는 동안 19% 느려지고 있다고 말한다.